세계 미디어 시장에 합종연횡 바람이 불고 있다. 캐나다의 금융 그룹인 톰슨이 세계적인 통신사인 로이터를 합병하기로 하면서 미디어 시장에 일대 회오리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전통적인 저널리즘 시선에 기반했던 가치관이 흔들리면서 이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디어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합병 바람을 들여다보면 기존 강자들이 신흥 세력들에게 밀리고 있다는 느낌마저 주고 있어 패러다임 변화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과 정보 기술(IT)에 밝은 신흥업체들이 도도한 자존심을 갖고 있던 전통 강자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디어 시장을 뒤흔드는 소식은 톰슨의 로이터 인수뿐만이 아니다. 언론재벌인 루퍼트 머독은 최근 미국 경제지의 자존심인 월스트리트저널에 공개적인 인수 제의를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머독은 이미 월스트리트저널 모회사인 다우존스를 이끌고 있는 뱅크로프트 가문에 50억 달러에 회사를 넘기라는 공개 편지까지 보냈다. 뱅크로프트 가문은 이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머독의 인수 시도가 성사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 제왕'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야후 인수 시도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야후가 거부하고 있어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지만, 미디어 업계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언론 시장의 변화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경제, 금융 정보 서비스 제공 업체 쪽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돈 되는 정보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톰슨이 로이터를 인수한 데는 돈 되는 경제, 금융 정보를 손에 넣겠다는 야심이 강하게 작용했다. 머독도 월스트리트저널을 발판 삼아 영국의 경제전문 일간지인 파이낸셜타임스를 뛰어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톰슨-로이터 합병이 눈길을 끄는 것 역시 금융정보 회사가 통신사를 인수했다는 점 때문이다. 일부에선 인터넷 시대를 맞아 미디어 업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내놓고 있다.

 톰슨-로이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톰 글로서 로이터 CEO는 이와 관련해 의미 심장한 말? ?했다. 그는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지역과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는 미디어 기업은 앞으로 생존이 위태로워질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실제로 톰슨은 미국 금융정보서비스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반면 로이터는 유럽이나 아시아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어 합병 시너지 효과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미디어 시장을 휩쓸고 있는 합병 바람은 전통적인 저널리즘 잣대로 재단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도 크게 그르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루퍼트 머독이 처음 미국 언론 시장에 진출할 무렵만 해도 석연찮은 시선을 보냈던 것이 바로 월스트리트저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월스트리트저널마저 머독의 공개적인 인수 제안을 받고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모포시스'란 저술로 유명한 로저 피들러는 "기존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형태는 새로운 매체의 출현에 부응하여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죽고 만다"고 주장했다. 다소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피들러의 주장은 최근의 환경 변화를 이해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로이터를 인수한 톰슨이나 다우존스를 노리는 머독 모두 발 빠르게 시대 변화에 적응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머독 회장은 이미 지난 해 미국판 '싸이월드'로 통하는 마이스페이스를 인수하면서 미디어 통합의 기틀을 닦았다. 반면 상당수 언론들은 여전히 예전의 가치를 고수하면서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지금 미디어 시장에서는 전통과 혁신이 맞부딪치고 있다. 물론 전통 없는 혁신이란 천박한 한 때의 유행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혁신 없는 전통은 고루한 자기 합리화가 될 소지가 적지 않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빅뱅'은 미디어 환경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몰고 올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이런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에는 경제-금융 정보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무시 못할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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